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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10.28. SUN

FANTASTIC REVIVAL 100년 가까이 된 스톡홀름 호텔

전설적인 스타들이 묵었던 스톡홀름의 상징적 호텔이 다시 태어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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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호텔이 자리한 그림 같은 풍경.



    9월 말의 스톡홀름은 흰 눈으로 가득한 겨울과는 전혀 다른 느낌이었다. 올여름 유럽을 강타한 폭염 때문일까, 북유럽의 햇살은 어느 때보다 뜨거웠고 아직도 활기찬 여름 축제 분위기가 곳곳에서 느껴졌다. 스톡홀름 군도의 작은 섬을 오가는 페리가 모인 니브로비켄 선착장을 기점으로 뒤편에 스웨덴 궁전과 구시가지가 펼쳐지는 전경은 이 도시에서 볼 수 있는 가장 아름다운 장면 중 하나다. 바로 이곳에 지난 몇 년간 진행된 레너베이션을 갓 끝낸 ‘래디슨 컬렉션 호텔, 스트랜드 스톡홀름(Radisson Collection Hotel,   Strand Stockholm)’이 있다. 1912년 스톡홀름 올림픽에 맞춰 개장한 도시에서 가장 오래된 호텔 중 하나. 왕립극장과 가까운 호텔은 스웨덴 출신의 전설적인 여배우 그레타 가르보와 잉그리드 버그만이 ‘두 번째 고향’이라 부를 만큼 자주 머문 곳으로, 그 밖에도 프랭크 시나트라, 오드리 헵번, 브리지트 바르도 등 당대 스타들이 즐겨 찾았다. 1970년대 스톡홀름 밤 문화를 주름잡은 유명한 나이트클럽 알렉산드라가 자리했던 곳이기도 하다.



    별빛이 쏟아지는 듯한 ‘더 스트랜드’ 레스토랑의 안뜰.



    스완 체어가 놓인 게스트 룸.



    이처럼 상징적인 건물의 레너베이션을 맡은 주인공은 ‘스웨덴의 장 누벨’로 일컬어지는 건축가 예르트 빙오르드(Gert Wingardh)가 이끄는 스튜디오. 지난 세월의 번영을 다시 한 번 부활시키기 위해 스튜디오가 초점을 맞춘 부분은 역사적인 건물의 독특한 세부를 그대로 보존하면서 집에서 손님을 맞이하듯 따뜻한 분위기를 조성하는 것이었다. 아름다운 역사를 제대로 간직하는 것만큼 의미 있는 디자인이 있을까? “스트랜드 호텔은 단순한 호텔 건물이 아니라 도시의 랜드마크입니다. 이곳에 살아 숨 쉬는 장대한 시간이 프로젝트 전반에서 중요한 역할을 담당했어요. 과거와 현대를 잇는다는 게 이번 작업에서 디자이너로서 가장 뿌듯했던 부분이죠”라고 빙오르드 스튜디오의 수석 건축가 레일라 아틀라시가 전한다. “우리는 완전히 새로운 무언가를 만들어내기 이전에, 이 기념비적 건물의 특성을 살려 방문객들로 하여금 마치 영화 속에서 봤을 법한 경험을 창출하고자 했어요. 여기에 우리가 가미한 현대 요소들이 독특하고 모던한 분위기를 만들어냈지요.” 이런 맥락에서 과거에 있던 가구와 문, 바닥 같은 부속품은 그대로 두고 최소한의 아이템만 추가해 호텔의 고유한 성격과 매력을 유지했다. 객실 방문을 열면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오는 건 천장까지 이어진 통창으로 보이는 니브로비켄 항구의 풍경. 그 앞에는 짙은 옐로 컬러의 빈티지 스완 체어(아르네 야콥센이 디자인한 래디슨 컬렉션 호텔 코펜하겐에서 공수한 것)가 놓여 있다. 그림엽서의 한 장면처럼 특별하면서도 지극히 편안한 공간이다. 디자이너가 직접 커스터마이즈한 ‘스트랜드 그레이’ 컬러가 건물 전체에 사용됐는데, 동일한 컬러라는 게 믿기지 않을 정도로 장소가 가지고 있는 빛이나 면적에 따라 다양한 분위기로 연출된다. “이번 프로젝트를 위해 특별히 개발한 스트랜드 그레이가 인테리어의 기본을 구성했죠. 하나의 컬러를 이용해 호텔의 각기 다른 부분을 일관성 있게 만드는 역할을 했어요.” 호텔 곳곳을 채우고 있는 인상적인 사진과 그림 작품은 스톡홀름 아트 딜러 ‘영 아트’와의 협업으로 탄생한 것들로, 모두 젊은 로컬 아티스트들의 작업이다.



    직접 기른 식재료를 활용한 브랙퍼스트.



    새롭게 단장한 로비.



    셰프 리처드 윌리엄슨이 이끄는 레스토랑 ‘더 스트랜드’는 호텔 옥상에 자체 정원을 두고 음식과 음료에 사용되는 야채와 허브, 향신료를 직접 재배한다. 북유럽에서 맛볼 수 있는 순록 요리와 스웨덴의 유명한 술 ‘아쿠아비트’를 이용한 시그너처 칵테일 ‘그레타 가르보’는 꼭 경험해 봐야 할 메뉴. 저녁이 되면 이곳에 모여드는 멋쟁이 손님들로 늦은 밤까지 흥겨운 바이브를 느낄 수 있다. 중정에 높이 매달려 있는 360개의 조명으로 구성된 설치미술 작품은 한밤의 별빛처럼 빛나며 시적인 분위기를 만들어낸다. 스트랜드 호텔이 지나온 역사와 오늘날의 디자인 감각이 이룬 환상적인 밸런스는 앞으로도 무수한 스토리를 써 내려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