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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06.08. WED

Knocking On Heaven’S Door 신혼여행, 힐링여행

휴양지로 떠나는 신혼여행은 사치인 것 같았다. 아무것도 하지 않는 휴식의 가치를 물리아 발리가 알려주기 전까지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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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결혼에 대한 구체적인 계획이라고는 ‘되도록 늦게’ 밖에 없는 에디터에게도 신혼여행이란 문득문득 꿈꾸는 로망이다. 뉴욕 브루클린 뒷골목을 어슬렁거려 볼까? 덴마크와 스웨덴을 거쳐 아이슬란드에서 오로라를 구경하는 것으로 방점을 찍을까? 머릿속으로 세계지도를 훑으며 꿈꾸는 신혼여행에 휴양지는 없었다. 늘어지도록 쉬는 쉼은 일요일 오후로도 충분해서. 둘이 하는 여행은 스무 살 때 꿈꾼 배낭여행 이후 작정하고 계획해서 떠나는 ‘인생의 두 번째 여행’ 같아서, 휴식만을 위해 떠나는 것은 사치 같았다.


    7시간을 날아 밤 10시, 오묘한 향 냄새와 뜨끈한 공기가 가라앉아 있는 발리 응우라이 국제공항에 도착했을 때까지만 해도 그랬다. 여기가 발리인지 강원도 정선으로 가는 길인지 분간할 수 없을 정도로 어둑한 고속도로를 20여 분간 달려 더 물리아, 물리아 리조트 & 빌라(The Mulia, Mulia Resort & Villas - Nusa Dua, Bali, 이하 물리아 발리)에 들어서기 그 전까지만. 고급스런 대저택에 초대받은 듯 낮은 담장 사이로 부드럽게 미끄러져 들어간 밴에서 내려 처음 본 물리아 발리는 탁 트인 로비와 은은한 빛으로 밤을 밝히고 있었다. 이곳 로비는 독특하게 지상 3층 정도의 높이에 있는 데다 해변을 향해 오픈돼 있는데, 로비를 딛고 서 있는 발 아래로 달빛에 일렁이는 수영장 물결과 바다를 마주한 순간 실감이 났다. 발리, 신들의 섬이라 불리는 이곳에 왔다는 사실이.




    이른 아침, 알람이 울리기도 전에 눈을 떴다. 싱그러운 빛이 커튼 너머로 새어 나왔다. 발코니에서 보니 고급 리조트가 앞다퉈 자리해 있기로 유명한 누사두아 해변 지역에서도 6성급으로 꼽히는 물리아 발리의 위용이 밝게 빛났다. 손가락으로 세어야 할 정도로 크고 작게 자리한 여러 개의 수영장들, 왼쪽으로 고개를 돌리면 펼쳐지는 야자수림과 해변, 오른쪽으로 고개를 돌리면 어젯밤 발리에 온 것을 실감나게 해 주는 드넓은 로비가 보이는 곳은 ‘물리아 리조트’이다. 이곳이 물리아 발리의 전부는 아니다. 물리아 발리는 세 가지 타입으로 나뉜다. ‘물리아 리조트’를 중심으로 해변 안쪽으로 프라이빗한 단독 빌라들로 구성된 ‘물리아 빌라’, 해변 앞으로는 스위트룸만 모은 호텔 ‘더 물리아’가 있다. 발리 전통가옥을 현대적으로 재건축한 독채가 모인 ‘물리아 빌라’가 사적인 공간을 소중히 감싸주는 곳이라면 ‘더 물리아’는 오픈된 공간과 프라이빗한 공간이 적절히 섞인 젊은 분위기다. 호텔 앞에는 더 물리아와 물리아 빌라 투숙객이 즐길 수 있는 수영장이 해변과 마주하고 있고, 모든 룸에는 그 풍경을 바라보며 반신욕을 즐길 수 있는 저쿠지가 마련돼 있다. ‘럭셔리’라는 단어를 입밖에 내는 것마저 낭비로 느껴질 만큼 잔잔한 여유. 존중을 표하는 아트 컬렉션과 오롯이 쏟아지는 발리의 풍광이 어우러진 방 안, 침대 끝에 걸터앉는 것만으로도 긴장이 풀리는 스위트룸에서 ‘사람은 여행을 다녀야 해’라는 말만 입에 맴돌았다. 


    오후에는 걸었다. 물리아 발리 어디를 가든 버기와 상냥한 버틀러가 대기하고 있지만 느리게 흐르는 듯한 이곳의 시간을 빠르게 돌리고 싶지 않았다. 타박타박 걸어 도착한 곳은 발리, 아시아, 서양식 등의 다양한 스파 종류를 갖춘 물리아 스파. 피부 타입부터 통증에 취약한 부위, 피로를 집중적으로 풀고 싶은 부위, 좋아하는 향까지 당혹스러울 정도로 꼼꼼한 질문지에 답한 뒤 받는 마사지는 가히 매 고객마다 달라지는 1:1 프로그램과도 같다. 서울에서부터 이고지고 온 피로를 쓸어 담아간 마사지 후에 핀란드 식 사우나와 아로마 향이 가득한 이모셔널 스팀 룸을 오가고, 발리의 전통 꽃인 프란지파니가 떠다니는 야외 스파에 몸을 담근 뒤 올려다본 발리의 하늘은…. 그 어디에서도 느껴본 적 없던 평화였다. 




    결론적으로 나는 서울에서보다 더 일찍 일어났고 더 늦게 잠들었다. 마치 메모리 폼처럼 내 몸 구석구석 빠짐없이 감싸는 이집트 산 400 TC 코튼 베딩에서 헤어나오기 힘들었지만, 그럼에도 물리아 발리에서의 하루하루가 아까워 누워 있을 수 없었다. 손을 내밀면 해변의 모래를 만질 수 있을 만큼 바다와 가까운 수영장에서 물장구를 치고, 물속이 지겨울 때면 선베드에 누워 가만히 햇빛을 맞았다. 이른 아침에는 가부좌를 틀지 못해 낑낑거리는 이방인들과 키득거리며 요가를 했고, 일식 ‘에도긴’, 중식 ‘테이블8’, 다양한 나라의 정통 요리를 선보이는 뷔페 ‘더 카페’ 등 ‘물리아 리조트’에 모여 있는 레스토랑에서 톰양쿵으로 시작해 미국식 그릴 스테이크와 프랑스 식 푸아그라를 거쳐 일식 데판야키 아이스크림으로 마무리하는 미식을 매끼 과식했다. 살이 찔 것 같은 얕은 걱정은 물속에서 겅중겅중 뛰노는 아쿠아로빅 클래스, ‘발리우드’를 연상케 하는 줌바 댄스 클래스를 들으며 날려보냈다. 대부분의 리조트에서는 유료라서 망설이게 되는 카약, 테니스, 스노클링 등 다양한 해양 액티비티도 물리아 발리에서는 무료로 제공하는 자상한 제안이었다. “조금 더 건강하게 쉬어보는 건 어때요?”라는 말을 건네는 것 같은.


    돌이켜보면 그곳에서 나는 자외선차단제조차 바르지 않았다. 서울에서는 형광등 불빛마저 차단하고자 매일 빠짐없이 발랐던 화장품이건만 물리아 발리에서는 발리가 주는 모든 것을 그대로 흡수하고 싶었다. 천국 같은 평화에서 돌아온 후 가장 많이 받은 질문은 ‘그 펍 가봤니’ ‘저 클럽 가봤니’, 발리에서 가장 ‘핫’하다는 곳에 대한 물음이었다. 3박 4일 동안 물리아 발리 밖으로 나가보지도, 나갈 생각도 하지 않았던 나로서는 대답할 수 없는 질문이었지만 이것만은 확신한다. 가치 있는 휴식을 좇아 다시 물리아 발리로 갈 것이라고. 


    문의 물리아 발리 한국 사무소 3782-689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