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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9.29. SAT

UNEXPECTED HAPPENING 결혼식 해프닝

웃기거나 놀라거나 썰렁하거나 하객의 기억에 남는 결혼식장의 해프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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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당찬 신랑이 준비한 축가를 직접 부르기 시작했다. 하지만 반전은 있었으니 그는 예상보다 더한 음치였다. 하객들이 당황하는 사이, 식장 관계자가 1절이 끝나자 반주를 중단했다. 이제 끝났구나 하고 한숨을 돌릴 때 마이크를 잡고 있던 신랑이 외쳤다. “저 아직 노래 다 안 끝났는데요?” 결국 그는 노래를 마무리하고 신부 옆으로 돌아왔다.


    8월 여름날 야외 결혼식을 올리게 된 친구가 있었다. 덥긴 해도 해는 쨍쨍할 거라며 모두의 만류를 뿌리치고 식을 강행했는데 이게 웬걸, 하필 그날 폭우가 쏟아지고 말았다. 물론 야외 예식인 만큼 우천 시 플랜 B를 가동해 분위기 있는 천막을 치고 모두에게 우산을 나눠주었으나 하늘이 뚫린 듯 세차게 퍼붓는 비를 천막이 견뎌내지 못하고 축 처지고 만 것. 다시 생각하고 싶지 않은 아비규환의 현장이었다.


    신랑 측 부모의 지인인 주례 선생님이 주례사를 하는 도중에 자꾸 신부 이름 앞뒤 자를 거꾸로 말해 아예 다른 이름으로 만들어버렸다. 그것도 몇 번이나. 조용하고 경건했던 결혼식인지라 신랑신부도 별말 못했고 신부 측 지인이었던 나는 이 사태를 지켜보며 발을 동동 굴렀는데 용기 있는 하객이 뛰어나가 주례 선생님에게 종이쪽지를 전달하고서 나서야 사태가 마무리됐다.



    주례 없이 진행되던 결혼식이었다. 서로 편지 낭독을 하며 사랑을 고백하는 등, 주례가 있는 보통 결혼식보다 사랑이 넘치는 예식이 이어지고 있었다. 문제는 신랑신부의 아버지들이 나와서 덕담을 한마디씩 해주는 순서에서 발생했다. 신랑의 아버지가 먼저 시작했는데 경상도 ‘싸나이’인 자기를 닮아 유독 남자답고 멋진 신랑을 데려가는 신부는 참 좋을 거라면서 갑자기 아들 자랑을 늘어놓는 게 아닌가. 한참 동안의 일장연설이 끝나고 난 후 마이크를 이어받은 신부의 아버지 역시 이에 지지 않았다. 금지옥엽같이 키운 내 딸을 이렇게 결혼시키자니 눈물이 앞을 가린다며 아쉬움을 드러내더니 구구절절 딸 자랑을 쏟기 시작한 것. 썰렁해진 분위기와 함께 민망함은 하객들의 몫이었다.


    주례사가 한창 진행되는 도중에 화면으로 보이는 신부의 표정이 힘들어 보이더니 갑자기 털썩 주저앉는 게 아닌가. 땀을 뻘뻘 흘리면서 부축을 받아 겨우 식을 끝낸 신부. 알고 보니 속도 위반으로 혼전 임신한 상태라 심한 입덧과 꽉 조이는 드레스에 패닉 상태가 되고 만 것. 모두를 당황케 한 주인공은 지금 예쁜 아기와 잘 살고 있다고.


    조용하고 경건한 결혼식이 진행되는 중이었다. 보통의 결혼식과 다를 것도, 특별한 것도 없었다. 그러다 갑자기 주례 선생님이 부부를 축복한다며 노래를 부르기 시작했다. 그것도 좌중을 압도하는 성악가 같은 목소리로. 나를 비롯해 지루해하던 하객들 모두 잠이 달아나며 공연을 보듯 환호했다. 2부에서는 갑자기 하객 중 한 명이 피아노 연주를 해주고 싶다며 우렁찬 포즈로 쾅쾅 피아노를 쳐대기 시작했다. 하객 입장에서는 재미있는 상황이었으나 신랑신부의 당황한 표정을 잊을 수가 없다.



    햇살 좋은 날, 야외 결혼식에 하객으로 초대받아 아름다운 결혼식을 지켜보고 있었다. 신랑신부가 퇴장하며 사진을 찍으려고 멈춰 선 그 자리에서 폭죽이 터지며 키스를 나누던 그때, 친구들이 축하한다며 뿌리는 눈 스프레이와 폭죽이 공중에서 만나고 말았다. 갑자기 차력 쇼를 하듯 ‘펑’ 피어오르는 불길. 큰불로 이어지지는 않았지만 신부의 드레스 자락은 영광의 상처를 입었다.


    결혼식에서 금기시되는 것 중 한 가지가 바로 신랑 어머니의 눈물이다. 하지만 내가 참석했던 결혼식에서 이런 일이 일어났다. 신랑신부가 신부 부모에게 인사를 마치고 신랑 부모 측으로 이동하는 순간, 신랑 어머니가 통곡하듯 눈물을 흘리기 시작했다. 결혼식 영상으로 비춰지는 신랑 어머니의 세찬 눈물(화장이 다 지워질 정도)은 하객을 수군거리게 만들었다. 애지중지 키운 아들을 여우 같은 며느리에게 빼앗기는 느낌일까?



    본식 1부가 끝난 후 신부가 긴 베일을 늘어뜨리면서 하객에게 인사하며 퇴장하고 있었다. 갑자기 신부가 뭐에 붙잡힌 듯 고개를 휙 뒤로 젖히는 순간, 머리에 고정되어 있던 베일이 툭 떨어졌다. 버진 로드를 장식한 꽃 가지에 신부의 베일이 걸리고 만 것. 환하게 웃으며 퇴장하던 신부의 폭망한 표정이 잊히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