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2017.12.12. TUE

MALLORCA MOMENTO 마요르카 섬에서 신혼여행을

발레아레스 제도에 있는 축복받은 섬, 마요르카에서 로맨틱한 시간과 풍경을 만났다

  • facebook
  • kakao
  • twitter
  • like
  • CAP ROCAT

    “모든 걸 버리고 떠나왔어요. 충분한 가치가 있는 곳이죠.” 캐나다 출신의 캡 로캣 스태프는 여행을 위해 찾은 캡 로캣에서 자신의 남은 인생을 보내고 있다고 했다. 나는 대답했다. “당신은 축복받은 사람이군요.” 에스파냐령 발레아레스 제도에서 ‘큰 섬’이란 의미의 이름을 지닌 마요르카. 그곳에 있는 캡 로캣(Cap Rocat)은 마요르카에 가야 하는 단 하나의 이유이기도 했다. 팔마 데 마요르카 공항에서 차로 20분, 도심과는 25분 떨어진 편리한 입지조건에도 불구하고 지중해를 깊이 끌어안은 이곳은 콘크리트나 나무로 둘러싸인 여느 호텔과는 확실히 다른 존재감을 드러낸다. 사암을 빚어 올린 듯 굳건한 모습을 보고 있노라면 마치 마요르카 안에서 홀로 존재하는 독립된 섬처럼 느껴질 정도. 원인은 호텔의 배경에서 찾을 수 있다. 100여 년 전 스페인과 미국의 전쟁 기간에 세워진 군사 기지로 그때의 흔적을 최대한 보존한 상태에서 지어졌기 때문이다. 군사 기지가 호텔로 변신, 이 낯선 조합을 완성한 건 마요르카 출신의 건축가 안토니오 오브라도(Antonio Obrador)다. 비밀스러운 군사 요새가 매력적인 호텔이 될 것이라는 그의 예감은 적중했고 캡 로캣은 마요르카를 넘어 스페인을 대표하는 럭셔리 호텔이 됐다. 럭셔리 호텔이라고 해서 대리석과 금빛 장식으로 치장한 모습을 상상하면 곤란하다. 도착과 동시에 내어주는 포르투갈에서 건너온 찻잔과 티스푼, 로비에 놓인 인도 의자와 모로코 러그까지, 발레아레스 햇살과 어울리는 매력적인 오브제로 가득한 모습이다. 그러니까 캡 로캣은 가짜로 얹고 붙인 것이 아닌, 절제된 우아함을 지닌 것들이 모여 있는 궁극의 성(城)인 셈이다. 스태프에게서 건네받은 커다란 총알이 달린 열쇠에서 알 수 있듯, 22개의 스위트룸은 한때 대포고로 쓰이던 장소다. 방 안에 들어서니 티포트와 티에 대한 설명, 손으로 적은 웰컴 레터와 오늘 날씨에 대한 메모가 보인다. 그리고 눈에 들어온 한 여인의 흑백사진. 분명 로비에서 보았던 사진 속 주인공이다. “호텔 오너의 고모할머니예요. 사진을 촬영한 분은 모델의 남편이고요. 20~60년대 사이에 부부가 마요르카를 여행하며 촬영한 사진이 호텔 곳곳에 걸려 있어요.” 스태프의 설명이 이어졌다. 노부부가 여행하며 담아낸 풍경은 그 어떤 작가의 작품보다 아름답다. 욕실과 방, 로비와 레스토랑까지 무심히 이어지는 흑백사진 속 그들의 여행은 호텔이 간직하고 있는 또 다른 역사일 것이다. 테라스로 나가니 그림 같은 바다 풍경이 한눈에 들어온다. 외부의 시선과 완벽하게 차단된 채, 오직 바다와 하늘을 향해 뚫려 있는 공간. 구름 한 점 없는 파란 하늘과 그보다 더 파란 바다를 바라보며 천천히 숨을 들이마셨다. 캡 로캣에는 2개의 레스토랑이 있다. 포트리스(Fortress) 레스토랑은 메인 파빌리온 중 하나에 자리 잡고 있고 시 클럽(Sea Club)은 지중해 절벽 위에 있다. 캡 로캣에 머무는 동안 두 번의 아침 식사는 포트리스에서, 한 번은 객실 테라스에서 즐겼다. 메뉴에서 원하는 만큼 주문하면 갓 짜낸 과일 주스와 전통차, 커피가 함께 나왔다. 커다란 바구니 안에는 과일, 치즈 플레이트, 다양한 종류의 빵이 담겨 있고 요거트가 담긴 귀여운 항아리도 함께 나온다. 우리는 매일 아침 세상에서 가장 게으른 식사를 즐겼다. 호텔에서는 좀처럼 다른 이들을 만나기 힘들었는데 이유는 객실이 어느 정도 채워지면 손님을 더 받지 않는 철저한 관리 때문이다. 최대한 조용히, 평화로운 시간을 보낼 수 있도록 하기 위한 호텔의 배려인 것이다. 아이들도 투숙객으로 받지 않는다. 그런 이유로 간혹 마주치는 이들은 연인 또는 부부로 보이는 사람들뿐이었다. 식사를 끝내고 멀리 밑바닥의 돌 모양까지 선명하게 보이는 호텔의 프라이빗 비치에서 스노클링을 하고 테니스까지 마쳤다. 어떤 것을 원하는지 알려주면 예약을 잡아주고 버기로 이동시켜 주는 것은 물론 그곳에 도착했을 때는 모든 장비가 완벽하게 세팅돼 있었다. 룸 서비스는 하루에 한 번이 아니다. 하루에도 몇 번, 잠깐 외출하고 들어올 때마다 깨끗하게 방이 정돈돼 있었고 커피포트의 물과 티포트까지 채워져 있었다. 길에서 마주치는 스태프들은 한결같이 따뜻한 미소로 인사를 건넸다. 결국 팔마 다운타운을 둘러보려 했던 오후 일정을 취소했다. 우리가 원하는 모든 것이 캡 로캣에 있었으니 애써 밖으로 나갈 이유가 없었다. 지중해 절벽에 자리한 또 다른 레스토랑 시 클럽(Sea Club)에 가기 위해 다시 버기에 올라탔다. 마요르카의 부호들, 호텔에 머물지 않는 관광객도 일부러 찾아오는 곳이다. 시원한 바닷바람을 맞으며 내려가니 저 멀리 보이던 지중해가 점점 가까워진다. 소풍 온 듯 여유롭게 식사를 즐기는 이들과 바다 위에 떠 있는 듯 그림 같은 레스토랑, 저 멀리 지나는 요트가 보인다. 바다와 가장 가까운 테이블에 앉았다. 셰프의 추천을 받아 마요르카 와인과 구운 토마토와 올리브, 스테이크와 오일 파스타를 주문했다. 무엇 하나 서두를 이유가 없는 곳. 더없이 만족스러운 식사를 마치고 한참을 그렇게 앉아 있었다. 그러고는 계단을 내려가 햇살을 받아 쉼 없이 반짝이는 지중해에 발을 담갔다. 명료하게 차가운 온도와 빛, 냄새를 지닌 아름다운 바다였다.


     

     

     캡 로캣의 객실에 딸린 프라이빗 수영장과 테라스. 누구에게도 방해받지 않는, 오직 두 사람을 위한 시간을 선물한다.

     

     

     햇빛이 쏟아지는 천장 아래에서 느긋한 수영을 즐길 수 있는 인도어 풀.

     

     

     정문을 통과하면 나타나는, 성처럼 견고하고 우아한 캡 로캣의 전경.

     

     

     침대에 누워 원없이 바다를 볼 수 있는 캡 로캣의 스위트룸.

     

     


    BELMOND LA RESIDENCIA

    레몬나무가 보이기 시작했다는 건 발데모사와 소예르 사이, 북서쪽 해안의 세라 트라문타나(Serra Tramuntana) 산맥 안에 있는 데이아에 가까워졌다는 걸 의미한다. 산맥 안에 있는 만큼 가는 길이 험난하다. 오른쪽으로 왼쪽으로 굽어지는 좁은 길을 몇 번이고 통과하고 나서야 마요르카에서 가장 매력적인 마을, 데이아에 도착했다. 이곳에 자리 잡은 벨몬드 라 레지던시아(Belmond La Residencia)가 우리의 두 번째 숙소다. 레몬 향과 올리브 향으로 가득한 산속 마을, 지중해를 끼고 있는 캡 로캣과는 완전히 다른 풍경이 연출되는 곳이다. 벨몬드는 세계의 수많은 예술가가 살며 사랑한 마을이기도 하다. 영국 작가 로버트 그레이브스, 화가 알프레드 미라레스, 브라이언 마쿠민 등 많은 예술가가 자신의 고향을 떠나 이곳 데이아에서 글을 쓰고, 그림을 그리고, 노래를 불렀다. 무엇이 이들을 이곳으로 불러들인 걸까. 높은 대지에 자리 잡은 데이아의 풍경이 한눈에 들어오는 벨몬드에 서 있으니 그 이유를 알 것 같다. 하늘에 닿아 끝없이 펼쳐지는 작은 집과 키 큰 나무, 붉고 강인한 꽃과 눈부시게 내리쬐는 햇살. 그렇게 또 한 번의 하루가, 계절이 무르익어 가는 것을 보며 예술가뿐 아니라 이곳에 사는 모두가 영감을 받았을 것이다. 그런 마을에 지어진 호텔인 만큼 벨몬드 역시 예술적 온도가 흘러 넘친다. 4개의 건물로 이뤄진 호텔에는 회화 작품과 설치미술 작품이 빼곡히 걸려 있다. 로비와 방, 레스토랑과 수영장까지 어느 한 곳이라도 작품이 걸리지 않는 장소를 찾기 힘들 정도다. 정점은 카페 미로(Cafe′ Miro)에서 확인할 수 있다. 후앙 미로 미술재단에서 본 작품과는 또 다른 30 여 점의 작품이 걸려 있고 빨간 장미로 수를 놓은 녹색 정원에는 후앙 미로뿐 아니라 다른 작가들의 설치미술 작품도 여럿이다. 단지 유명한 작가의 작품만 호텔에 있는 게 아니다. 호텔 안 갤러리는 지역 작가들의 전시를 주기적으로 선보이기도 한다. 이 정도면 호텔 전체가 거대한 갤러리인 셈이다. 벨몬드는 데이아에 어울리는 여러 패키지 프로그램을 시즌별로 선보이고 있다. 그중 우리가 선택한 건 ‘Just the Two of Us’. 아침 식사는 물론이고 풀 사이드에서 점심, 커플 마사지, 레스토랑에서의 캔들 디너까지 포함해 두 여행자를 위한 프로그램이다. 가장 만족스러웠던 건 스파 서비스. 벨몬드 스파에는 6명의 전문 테라피스트가 있고 다양한 종류의 뷰티 트리트먼트를 제공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데이아의 풍경이 내려다보이는 스파 룸에서 새 소리를 들으며 마사지를 받는 동안 이 시간이 영원히 끝나지 않기를 바랐다. 태닝과 수영을 즐긴 후에는 호텔에서 가장 높은 곳에 있는 저쿠지를 찾았다. 데이아의 빨간 노을이 시각을, 나무가 바람에 흔들리는 소리가 청각을 압도한 순간. 나도 모르게 스르륵 잠이 들었다. 캡 로캣을 즐기는 방식이 ‘최대한 게으른 것’이라면 벨몬드를 즐기기 위해서는 조금 부지런히 움직여야 한다. 호텔이 마련한 다양한 체험 프로그램 때문이다. 첫날 아침은 소예르 항구로 요트 투어를 떠났다. 2시간 동안의 짧은 시간이었지만 땅에서는 볼 수 없는 바다의 민얼굴을 들여다보기에 충분했다. 갈매기들이 하늘을 선회하는 가운데 그물을 끌어올리는 어부들을 보며 바다 한가운데로 깊이 빨려들어갔다. 선장의 허락이 떨어지자 우리는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힘차게 바다로 뛰어들었다. 반짝이는 물고기가 질서 없이 우리 옆을 지난다. 바닥이 보이지 않을 만큼 깊고 투명한 바다. 문득 어둠이 내린 후의 바닷속이 궁금해졌다. 어두운 밤은 바다의 깊이를 완성해 반짝이는 것들을 더욱 반짝이게 할 것이다. 호텔로 돌아와서는 셰프와 함께하는 올리브오일 테이스팅 수업에 참여했다. 벨몬드의 정원에서 막 따온 올리브는 그 어떤 여름 과일보다 싱그럽다. 다음날은 로컬 아티스트 알랑 하이드와 함께하는 그림 수업이 기다리고 있었다. 손보다 마음이 앞서는 바람에 맘에 드는 작품이 나오지 않았지만 더없이 평화로운 오후를 보내기에 충분했다. 오후에는 마요르카의 귀여운 당나귀와 함께 호텔 근처에 있는 낮은 산으로 소풍을 떠나기도 했다. 당나귀와 일행은 바람이 부는 호텔의 뒷산을 천천히 산책하듯 걸었다. 같이 쉬고 싸온 음식을 먹다가, 바람이 좋을 때는 다시 함께 걸었다. 일상을 떠난다는 의미에서 모든 여행은 비현실적일 수밖에 없지만 마요르카에서의 시간은 현실을 일깨워주는 매 순간으로 채워져 있었다. 보고 듣고 경험하는 모든 것이 열렬히 살아 있는 것으로 가득했기 때문이다. 마요르카의 찬란한 여름 햇살에 숲 전체가 고요히 빛나는 것을 바라보며 우리는 서로에게 물었다. “다시 이곳에 올 수 있을까?” 언젠가 다시 이곳을 찾는다면 그건 우리가 보낸 일주일을 반복하기 위해서일 거다.

     

     

     곳곳에 걸린 회화 작품이 로맨틱한 분위기를 더해주는 더블 수페리어룸의 모습.

     

     

     야외 자쿠지 옆에 자리한 인도어 풀. 사우나 시설도 완벽하게 구비되어 있다.

     

     

     아름다운 세라 트라문타나 산맥 안에 둘러싸인 벨몬드 라 레시던시아.

     

     

     후앙 미로의 조각 작품으로 채워진 벨몬드의 정원.

     

     

     결혼식 장소로도 유명한 벨몬드의 웨딩 테이블.

     

     

    녹음이 우거진 카페 미로의 야외 테이블에서는 새소리를 들으며 식사를 즐길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