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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10.12. MON

Me, After Marriage 깨가 쏟아지는 봉태규의 신혼생활

지난봄, 꼭 그들의 모습처럼 소란하지 않고 소박한 결혼식을 올린 포토그래퍼 하시시 박과 연기자 봉태규. 유부남이 된 그가 이야기하는 져도 좋을 만큼 부러운 아내를 위한 사랑스러운 일상 고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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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요즘 수염을 길러봐도 괜찮겠다는 생각을 합니다. 그렇다고 해서 멋들어진 콧수염을 기를 수 있는 건 아닙니다. 워낙 듬성듬성 자라기도 하고, 소위 말해 ‘이방 수염’이라고 할 수 있을 만큼 인중을 제외한 나머지 부분에 얇게 자리 잡고 있기까지 합니다. 하지만 앞서 말한 대로 지금의 전 그런 수염이라도 나쁘지 않겠다고 생각합니다. 진심으로…. 그 이유는 아내가 그런 제 수염을 좋아하기 때문입니다. 당연히 이유를 물었습니다. 왜냐고. 이전에 보지 못했던 모습을 보게 되어 기쁘답니다. “멋있다”라고 얘기해 주는 건 보너스입니다. 어서 길러봐야겠다고 다짐했습니다. 저는 반바지도 입지 않습니다. 마른 몸에 비해 종아리에 부종이 심해 신체비율이 맞지 않으며 다리에 털도 어울리지 않게 많이 자리 잡고 있습니다. 그래서 촬영할 때도 웬만하면 단호하게 거절하곤 했습니다. 저리 치우라고…. 먼저 제 단호함에 상처받으셨던 분들께 사과를 드립니다. 쑥스럽지만 이제부터는 매년 여름 반바지를 입을까 합니다. 그것도 허벅지가 드러날 정도로 짧은 반바지를요. 아내가 그러기를 원한답니다. 심지어 “예쁘다!”고 덧붙여주기도 하고요. 이러한데 제가 어찌 단호함을 보일 수 있을까요?









    그리고 요즘 매달 용돈을 받으며 생활합니다. 결혼한 유부남들은 당연한 거라 여기실 겁니다. 다만 차이점이 있다면 금액을 아내가 정한 것이 아니라 제가 정했습니다. 과감하게 매달 50만원을 받기로 했습니다. 이 얘기를 듣는다면 말도 안 된다고 하는 분들도 있을 거라 생각합니다. 여기에 휴대폰 통신비까지 포함되어 있습니다. 왜냐고요? 아내에게 조금이라도 잘 보이고 싶어서 그랬습니다. 그런데 막상 생활하고 보니 불편한 게 많이 없어 오히려 저 스스로 놀라고 있습니다. 심지어 조금 남을 때도 있습니다. 매일 가계부를 정리하는 아내가 영수증을 보며 알뜰하다고 칭찬해 주면 내 의도가 정확하게 들어맞은 것 같아 기쁩니다.








    아내는 사진작가입니다. 그래서 스튜디오에서 촬영할 때도 있지만 야외에서 본인의 장비를 직접 챙기고 촬영해야 할 때도 종종 있습니다. 임신을 하고부터는 제가 직접 아내의 보조를 자처했습니다. 운전하는 게 걱정이기도 했고 무거운 장비를 직접 옮겨야 된다는 걱정도 컸습니다. 그래서 꽤 많은 야외 촬영을 남편이 아닌 보조로 옆에서 거들어주었습니다. 나름 얼굴이 알려져 있어서 행여 방해가 되지 않을까란 마음도 컸지만 내가 직접 세심하게 하나하나 챙겨줄 수 있다는 기쁨이 더 컸습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아내가 일하는 모습을 가까이에서 지켜볼 수 있다는 특권은 그 어떤 것보다 특별했습니다. 뭐랄까요. 사진가인 하시시박으로서 그녀를 더 존중하게 되었다고나 할까요. 아내로서의 모습으로만 바라보는 저에겐 일하는 그녀는 분명 특별한 존재임에도 불구하고 생활 속에서 종종 잊어 버릴 때가 있기도 합니다. 그렇지만 보조로 거들어주며 일하는 과정을 자세히 지켜보고 나니 그 모습 또한 아내로서의 모습만큼이나 소중하다는 걸 절실하게 깨달았습니다. 앞으로도 잊지 말고 지켜주고 응원해 줘야 하는 제 아내의 또 다른 모습이라고 생각합니다. 무엇보다 사진을 찍는 그녀는 참 예쁩니다.








    요즘 저는 이렇게 살고 있습니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이렇게 살고 있는 거 같아 뭐 특별할 것도 없는 얘기를 이런 식으로 늘어놔도 될까 하는 고민이 들기도 했지만 모두들 나와 같은 모습으로 살고 있다고 생각하니 한편으로는 부담이 덜해 마음 놓고 늘어놓은 것도 있습니다. 그렇지만 혹시라도 지금 제 글을 읽고 나서 조금이라도 부러운 마음이 생기는 분들이 있다면 아마도 그건 저에게 지는 거라고 생각합니다만….